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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트리비아]그곳엔 메리 여왕과 전사자의 영혼이 떠돈다네

스코틀랜드 머셀버러 올드 코스

메리 여왕 몰락 부른 라운드 장소

핑키전투 전사자 묻힌 역사도 간직

한때 最古 코스로 기네스북 등재

홀 직경 108㎜ 규격 통일 시초

200년 된 최초 골프펍 건물 보존

머설버러 올드 코스. /김세영 기자


9홀 규모의 머설버러 올드 코스는 경마장에 둘러싸여 있다. /김세영 기자


메리 스튜어트(1542~1587년). 생후 6일째 스코틀랜드 여왕으로 추대되는 등 태어나는 순간부터 권력을 쥐고 있었지만 이를 호시탐탐 노렸던 사내들과 종교 분쟁 등에 휘말려 마흔다섯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여인이다. 메리 여왕은 골프 역사로 보면 기록에 남은 최초의 여성 골퍼였다. 어린 시절 프랑스 궁정에서 자라며 골프를 접했고 그의 영향으로 골프는 유럽 전역으로 널리 퍼졌다.

하지만 골프는 메리 여왕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과정에도 한몫했다. 지난 1567년 2월의 일이다. 두 번째 남편인 단리 경이 죽었는데 여왕은 그 며칠 후에도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국민 정서’에 좋을 리 없었다. 한술 더 떠 남편의 암살범으로 의심받던 보스웰 백작과 결혼했고 결국 귀족들이 반기를 들어 쫓겨났다. 그가 남편이 죽은 며칠 후 라운드를 한 장소는 머설버러 올드 코스로 추정되고 있다.

1905년 ‘런던 뉴스’가 그린 골프를 즐기는 메리 여왕 일러스트. /스코틀랜드 국립 도서관 홈페이지


수도 에든버러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머설버러 올드 코스는 한때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그 지위를 세인트앤드루스에 넘겨줬지만 머설버러 올드 코스 멤버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코스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마장에 둘러싸인 9홀짜리 머설버러 올드 코스는 19세기에는 세인트앤드루스와 골프 주도권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클럽하우스 벽면에는 이곳 출신으로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했던 골프 영웅 5명의 부조상이 있다. 1872년부터 1889년까지 18년 동안에는 디 오픈을 6회 개최했다.

머설버러가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유명한 ‘오너러블 컴퍼니 오브 에든버러 골퍼스(이하 오너러블 컴퍼니)’의 홈 코스였던 덕분이다. 오너러블 컴퍼니는 최초의 골프 클럽(모임)이자 최초의 골프 규칙을 만든 단체다. 현재 뮤어필드를 홈 코스로 사용하는데 1836년부터 1891년까지는 머설버러를 본거지로 삼았다.

머설버러 올드 코스 클럽하우스. /김세영 기자


클럽하우스 벽면에 있는 머설버러 출신 디 오픈 챔피언들의 부조상. 밥 퍼거슨(왼쪽부터), 멍고 파크, 윌리 파크 시니어, 윌리 파크 주니어, 데이비드 브라운. /김세영 기자


머설버러 올드 코스에는 그동안 크고 작은 약 60개의 클럽이 있었다. 코스 진입로 보도블록에 음각한 골프채 문양과 건물 벽에 새겨진 ‘GOLF PLACE(골프 플레이스)’라는 글자는 이곳이 한때 골프계 최고의 ‘핫 플레이스’였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홀 직경이 108㎜(4.25인치)로 통일된 것도 머설버러에서 사용하던 홀 뚫는 기구가 퍼지면서부터다.

머설버러 올드 코스에는 메리 여왕 외에도 수많은 영혼이 떠돈다. 2번 홀의 이름이 ‘무덤(The Graves)’인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맞붙은 1547년 핑키 전투에서 사망한 스코틀랜드 군인들을 이 홀에 묻었다고 한다. 전투 준비 대신 골프에 빠지는 걸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이 전투도 메리 여왕의 결혼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머설버러 올드 코스 4번 홀 그린 뒤에 있던 미세스 포맨스 펍. /스코티시 골프 히스토리 홈페이지


4번 홀의 이름은 ‘미세스 포맨스’다. 그린 뒤에 있던 펍의 상호를 그대로 따왔다. 1870년 윌리 파크 시니어와 올드 톰 모리스의 대결 때 미세스 포맨스는 그 중심에 있기도 했다. 당시 관중은 머설버러 선수였던 파크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원정 온 톰의 볼을 발로 차 러프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자 톰은 경기를 거부하고 미세스 포맨스에 들어갔다. 혼자서 경기를 마친 파크는 자신이 이겼다고 선언했지만 경기는 법정까지 간 끝에 무효 처리됐다. 1822년부터 영업을 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골프 펍 미세스 포맨스는 2015년 문을 닫았다.

머설버러 올드 코스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히코리 클럽으로 샷을 날린다. 클럽하우스는 작고 낡았지만 멤버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웃음꽃을 피운다. 이방인에게도 흔쾌히 자리를 권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머설버러 올드 코스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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