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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야드서 아이언으로 핀에 딱···韓 최초 2연패 이경훈, 다음 타깃은 메이저

PGA 투어 바이런넬슨 최종

개인 최소타 9언더로 4타차 뒤집어

스피스·마쓰야마·셰플러 발 아래에

작년 뱃속 딸, 돌 앞두고 우승 선물

“나달·루스처럼 경기장 지배” 평가

PGA챔피언십서 '메이저 부진' 깰까

이경훈(왼쪽)이 16일 AT&T 바이런 넬슨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딸 유나(가운데), 아내 유주연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돌도 안 지난 어린 딸이 아빠의 굵은 팔뚝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품에 안긴 아이는 아빠가 어떤 멋진 일을 했는지 다 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유나 아빠’ 이경훈(31·CJ대한통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년 만에 또 우승 소식을 전해왔다. 1년 전 배 속에서 ‘축복이’로 불렸던 딸인데 어느새 건강하게 나고 자라 아빠를 야무지게 축하했다.



이경훈은 16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크레이그 랜치 TPC(파72)에서 끝난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전 세계 랭킹 1위이자 텍사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조던 스피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63만 8000달러(약 21억 원)를 받았다. 1944년부터 열린 이 대회 2연패는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이상 미국)에 이어 이경훈이 네 번째. 전설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88위였던 세계 랭킹은 41위까지 뛰었다.

한국인의 PGA 투어 대회 2연패는 이경훈이 최초다. 최경주가 2005년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각각 다른 대회로 친다. PGA 투어에서 2승 이상 거둔 한국 선수는 최경주(8승)·김시우(3승)·양용은·배상문·임성재에 이어 이경훈(이상 2승)이 여섯 번째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이경훈은 이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로 9언더파 63타를 치는 ‘사고’를 쳤다. 63타는 2018~2019시즌 PGA 투어 데뷔 후 공식 대회 개인 최소타다. 지난해는 1타 차 단독 2위로 출발해 66타를 치며 3타 차 우승을 일궜는데 이번에는 더 강렬한 드라마를 썼다.

이경훈은 첫 6개 홀에서 버디만 4개를 잡으며 단숨에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두에 1타 뒤진 채 맞은 12번 홀(파5)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었다. 242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샷을 핀 1.5m에 붙인 것. 높은 포물선을 그린 공이 왼쪽으로 휘어져 그린을 벗어나는 듯하더니 둔덕을 맞고 절묘하게 홀 쪽으로 향했다. 가뿐히 이글 퍼트를 넣어 단독 선두가 된 이경훈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17번 홀(파3)에서 3.5m 파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태 2타 차로 달아난 이경훈은 이 홀에서 이글을 노린 스피스의 칩 샷이 홀 앞에 멈추면서 부모님·아내·딸과 차례로 포옹했다.

시상식장으로 이동하며 갤러리들과 손뼉을 마주치는 이경훈.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이경훈은 “17번 홀 파 퍼트를 하면서 ‘하나님, 제발’이라고 기도했다”며 “사람들이 스니드, 니클라우스를 잊지 않듯 내 이름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골프 통계 전문가 저스틴 레이에 따르면 대회 2연패를 25언더파 이상으로 해낸 선수는 PGA 투어 역사상 이경훈이 최초다. 레이는 트위터에 “롤랑가로(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장)에 라파엘 나달, 양키 스타디움에 베이브 루스가 있다면 TPC 크레이그 랜치에는 이경훈이 있다”고 썼다. 외신들은 “세계 1위가 되는 것 외에 가장 섹시한 골퍼가 되고 싶은 목표도 있다”고 밝혔던 이경훈의 2018년 인터뷰를 다시 언급하며 화제에 올리기도 했다.

2015·2016년 한국 오픈 2연패에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지낸 이경훈은 2016년부터 3년간 PGA 2부 투어에서 생활했다. 꼭 1년 전 PGA 투어 첫 우승 이후 이번 대회 전까지 톱 10에 딱 한 번 들 만큼 고전하다가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다시 우승컵을 들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인 PGA 챔피언십은 19일 오클라호마주 서던 힐스CC에서 개막한다. 지난달 마스터스를 포함해 메이저 대회에 통산 다섯 차례 출전했으나 모두 컷 탈락했던 이경훈이 올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다. 바이런 넬슨에서 전·현 세계 1위인 스피스,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1·2라운드를 같은 조로 경기 한 경험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2연승에 도전하는 셰플러는 이날 19언더파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공동 3위(24언더파)로 이경훈 우승의 조연 역할을 했다. PGA 챔피언십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 이후 처음 출전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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