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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놀음’으로 변모한 골프···그래도 ‘진정한 결투’는 남았다[골프 트리비아]

■골프의 원형, 일대일 매치플레이

눈앞의 상대와 펼치는 자존심 승부

스트로크 플레이는 1759년 도입

라이더컵 등 단체전은 여전히 매치

규칙 다르고 상대·상황별 대처 묘미

“골퍼의 인격과 의지 보여주는 방식”

2019년 프레지던츠컵 우승 후 환호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가운데)를 비롯한 미국 팀 선수들. 프레지던츠컵 홈페이지


2019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당시 인터내셔널 팀의 최경주 부단장과 어니 엘스 단장.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골프는 원래 매치 플레이 방식 뿐이었다. 스크토르 플레이는 1759년 도입됐다. 사진은 영 톰 모리스의 1869년 디 오픈 스코어카드. 샷을 한만큼 빗금을 그어가며 타수를 셌다. 8번 홀 빗금은 하나, 숫자는 1이다. 디 오픈 최초의 홀인원이다. USA투데이스포츠


이번 주 국내 남녀 프로골프 대회는 모두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열린다. 각각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다.

같은 기간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도 원래는 매치플레이였다. 첫해인 1916년부터 1957년까지는 맞대결 방식으로 치러지다 1958년부터 현재의 스트로크플레이로 바뀌었다.

골프의 경기 방식은 애당초 두 사람 또는 팀간 대결인 매치플레이뿐이었다. 당시의 골프는 한 홀에서 9타를 치든, 10타를 치든 상대보다 1타라도 덜 치면 이기는 상대적인 게임이었다. 1744년 영국 에든버러의 젠틀맨들이 만든 최초의 골프 룰에도 ‘상대에게 한 홀의 우위를 준다’는 문구가 두 차례(5·8조) 들어가 있다. ‘우위를 준다’는 건 매치플레이라는 뜻이다. 상대와 타수가 같을 때는 ‘라이크’(like), 1타 많을 때는 ‘오드’(odd), 2타 차일 때는 ‘투 모어’(two more)라고 했다.

매치플레이는 서로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19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앨런 로버트슨, 톰 모리스 부자(父子), 윌리·멍고 파크 형제 등의 대결은 지금도 신화처럼 전해 내려온다. 도장 깨기를 하듯 상대의 홈 코스를 찾아가거나 중립 지대인 제3의 장소를 택해 결투를 했고, 그때마다 구름 관중이 몰렸다. 승패 소식은 당시 발달하기 시작한 기차를 타고 삽시간에 스코틀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홀의 타수를 누적 합산해 승자를 정하는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 처음 시작된 건 1759년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에서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변화였지만 간단한 덧셈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일부 골퍼들에게 18홀의 타수를 세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서 인쇄된 스코어카드가 사용된 건 6회 대회 때인 1865년이었다. 이전까지는 마커들이 종이를 들고 다니며 적었다. 1869년 디 오픈 우승자 영 톰 모리스의 스코어카드를 보면, 1타를 칠 때마다 연필로 빗금을 그은 뒤 그 옆에 숫자를 써 넣었다. 8번 홀(파3)에는 빗금이 하나밖에 없다. 디 오픈 첫 홀인원이다.

매치플레이 옹호자들은 스트로크 플레이를 ‘숫자 놀음’이라고 낮춰 부른다. 상대와 기량 대결을 펼치는 게 아니라 타수를 낮추는 데만 몰두한다는 의미에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총잡이들의 대결처럼 물러날 곳 없는 매치플레이를 ‘진정한 결투’라고 한다.

현대 골프대회는 이제 대부분 스트로크플레이로 열린다. 짧은 시간, 많은 참가자 중에서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방책이다. 그래도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솔하임컵 등 팀 대항전은 여전히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매치플레이는 ‘전략의 게임’이다. 팀 대항전에 단장과 부단장 등이 있는 이유다. 한 홀에서 아무리 많은 타수를 치더라도 잃는 건 ‘한 홀’인 데다 프로들끼리의 대결에서는 파를 해서는 쉽게 이길 수 없기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 반대로, 상대의 볼이 물이나 숲으로 갔다면 안전한 플레이를 펼친다.

샷 결과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플레이 순서에 대한 규칙도 조금 다르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준비된 골퍼부터 샷을 하는 ‘레디 골프’가 권장되지만 매치 플레이에서는 반드시 홀에서 먼 사람부터 샷을 해야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 상대의 해당 스트로크를 취소시킬 수 있다. 거리가 비슷하게 남았을 경우 누가 먼저 치느냐를 두고 경기위원에게 판정을 요구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상대에게 초반에는 퍼트가 들어간 걸로 인정하는 컨시드를 후하게 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지 않는 것도 전략의 일부다. 때로는 이 컨시드로 인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컨시드는 그린뿐 아니라 플레이 도중 어느 때라도 상대에게 줄 수 있으며, 홀과 매치(게임)까지도 컨시드 대상이 된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25승을 기록한 조니 밀러(75)는 “매치 플레이는 그 사람의 인격과 승리에 대한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간혹 대결에 앞서 펼치는 트래시 토크(상대의 기를 꺾기 위해 일부러 쓰는 거친 표현이나 놀리는 말)도 관심이다. 승패 외에 게임을 대하는 태도까지 보는 게 매치 플레이를 관전하는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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